드록신께 경배
드록바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레오날두꼬꼬
2010. 12. 13. 17:25
[스포츠온] 드록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스포츠온 기사전송 2010-06-15 18:22
스포츠온 월드컵 특집: 6월 14일 주목 이 선수
우리는 코트디부아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대한민국에서 코트디부아르의 수도가 야무수크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우리는 디디에 드록바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는 2010년 월드컵 G조를 ‘죽음의 조’로 만들어버린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다. 브라질과 포르투갈도 무서워하는 드록바. 그는 2010년 월드컵 출전선수들 가운데 축구팬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선수다.
드록바의 우아한 골 세리머니 (사진=연합)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
“내 능력치가 고작 이 정도라니! 말이 안 되잖아!”
디디에 드록바는 화가 났다. <코나미>사의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은 드록바의 취미생활이다. 드록바는 훈련이 없을 때면 틈틈이 ‘위닝일레븐’을 즐기면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 그가 선택하는 팀은 자신의 실제 소속팀인 첼시. 하지만 드록바는 게임 속에서는 ‘가상 드록바’를 선발 공격수로 기용할 수 없었다. 게임 속의 첼시에도 분명 드록바라는 선수는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 속 드록바의 능력치는 선발로 투입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능력치가 좋은 선수를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드록바는 자신이 아닌 다른 공격수를 첼시의 선발 공격수로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드록바는 파워, 테크닉, 위치 선정, 1대1 슈팅, 포스트 플레이 등 자신의 실제 능력보다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된 ‘게임 속의 드록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 결국 드록바는 <코나미>에 정식으로 항의서한을 보냈다. 그가 보낸 항의서한은 “게임의 능력치와 실제 능력치에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음 시리즈에서는 능력치의 수정을 요구한다”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최근 출시된 ‘위닝일레븐’ 속의 드록바는 능력치가 매우 좋다.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는 실제 드록바의 위용과 같다. 하지만 드록바가 첼시에 입단한 뒤 출시된 2005년 당시의 ‘위닝일레븐’에서 드록바의 능력치는 평범한 공격수에 불과했다. 드록바의 항의서한이 <코나미>의 게임 제작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게임 속 자신의 능력치까지 뜯어고치려 했던 행동은 드록바의 독특한 성격을 설명하는 좋은 사례가 된다.
드록바의 독특함을 알려주는 일화는 또 있다.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유니폼 판매 순위가 저조한 것을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던 드록바. 프랭크 램퍼드와 존 테리의 인기가 부러웠을까? 그는 남 몰래 자신의 유니폼 50여 벌을 구입해 유니폼 판매 순위를 높이는 ‘조작’을 실행했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던 드록바는 자신의 신용카드로 유니폼을 구매한 뒤 서명을 남기는 실수를 저질렀다. 완전범죄에 실패한 드록바의 코믹한 행동이 팬들에게 알려진 뒤 드록바의 유니폼은 오히려 불티나게 팔렸다. 드록바의 유니폼은 한때 램퍼드와 테리를 제치고 첼시 구단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 1위를 달리기도 했다.
드록바가 코믹한 이미지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전 세계의 빈곤을 줄이기 위한 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고향 아비장에 병원을 설립해 가난한 사람들이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에는 ‘디디에 드록바 재단’을 설립해 조국 코트디부아르에 병원을 설립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조국에 안기고 TV에 출연해 내전을 멈추라고 말하자 코트디부아르는 정말 1주일 동안 내전이 멈췄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드록신’이라고 부른다.
드록바는 월드컵 개막 직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오른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해 당초 월드컵 출전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기적적으로 회복해 첫 경기 포르투갈전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
코트디부아르의 운명을 짊어지다
축구장에서의 드록바는 더욱 위대하다. 드록바가 코트디부아르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대한민국의 박지성,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축구선수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바로 드록바다. 그는 코트디부아르의 정신적 지주로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2008년에는 대표팀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되자 ‘코치겸 선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표팀에서 드록바의 활약은 미비하다. 첼시에서 보여주는 활약상을 재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에 막혀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는 부자연스럽다. 2010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탈락 이후에는 대국민사과문까지 발표했다. 대한민국과의 평가전에서도 ‘신’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드록바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드록바를 대체할 만한 자원이 없으며, 드록바가 부진하면 팀 전체의 경기력이 떨어지는 코트디부아르에게 최근의 흐름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코트디부아르는 브라질, 포르투갈, 북한과 함께 2010년 월드컵 G조에 편성됐다. 월드컵 8강 진출이 가능한 전력을 갖추었지만, 브라질과 포르투갈이라는 우승후보와 16강 진출을 놓고 다퉈야 하는 현실이 야속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다.
하지만 코트디부아르의 불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코트디부아르 전력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드록바의 현재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2009~2010시즌 내내 햄스트링 부상을 달고 뛴 탓에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 있는 상태다. 2010년이 월드컵이 열리지 않는 해였거나 코트디부아르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면 드록바는 올해 여름 수술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드록바는 월드컵을 위해 수술을 뒤로 미뤘다. 수술을 받는다면 2010년 월드컵 출전은 불가능하다. 1700만 코트디부아르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드록바에게 2010년 월드컵은 매우 특별하기 때문이다.
사상 첫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았던 2006년 독일월드컵. 코트디부아르는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된 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드록바는 2006년 월드컵이 끝난 뒤 “4년 후에는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코트티부아르의 2010년 월드컵 조편성은 4년 전보다 더욱 끔찍하다. 드록바가 4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카카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넘어서야 한다. 코트디부아르축구를 두 어깨 위에 짊어진 드록바가 브라질과 포르투갈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보자.
[스포츠온=최종욱 기자]
서형욱) 들어본 적 있는 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축구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당신 팬들은 당신을 이름 대신 '드록신(Drogshin)'으로 부른다. '드록바'와 '신'이라는 단어를 합친 것인데, '신'은 'God'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몇몇 팬들은 당신의 이름이 들어간 책까지 만들어 조금은 장난스럽게 당신을 칭송하기도 한다. 이른바 '드록복음'이라는건데 영어식으로 하자면 '성경책 드로그바 에디션(Holy Bible Drogba Edition)' 정도 된다.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 처음 듣는다면 한국에서 당신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또 당신만의 별명이 있는 것에 대한 소감이 어떤 지 한국팬들에게 들려달라.
디디에 드로그바) 이런 별명 난생 처음 듣는다. 이거 칭찬 맞는건가? (웃음) 한국에 계신 분들이 내 축구를 좋아해주신다니 무척 반갑다. 아직 한국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꼭 방문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