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식

[재밌는 기사] 이정수 vs 이정수 vs 이정수

레오날두꼬꼬 2010. 7. 3. 12:31
이정수, 2정수를 만나다…축구·빙상·개그 ‘정수’의 톡톡 수다 ①



    "이정수씨, 조금만 더 활짝 웃어주세요~."(사진기자)
    "어떤 이정수요? 여기 다 이정순데. 종목으로 불러주세요."(이정수 일동)

    바야흐로 '이정수의 해'다. 올 2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의 이정수가 금메달 2개를 따내며 이름을 드높였다. 4개월이 지난 뒤, 또 한 명의 이정수가 일을 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비수 이정수는 고비 때 마다 알토란 같은 득점으로 2골을 기록, 한국의 16강행을 이끌었다. 두 이정수의 선전에 자극을 받은 사나이도 있다. 개그맨 이정수다. 2002년 KBS '개그콘서트'의 '우격다짐' 코너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던 그는 최근 SBS의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세 명의 이정수가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프롤로그, 다들 혈액형은 어떻게 되세요? 궁금해요.

    ▶축구선수 이정수(30세·이하 축구)=전 B형이요.

    ▶개그맨 이정수(31세·이하 개그맨)=나도 B형인데! 작은 정수만 B형이면 우리 다 B형 남자네!"

    ▶쇼트트랙 이정수(21세·이하 쇼트트랙)=어, 저도 B형이에요! 와, 신기하다. B형 개성있고 좋지 않나요."


    -본적도 다 같은가요.

    ▶축구선수=전 장수 이씨에요. 남해쪽에 많은 성이죠.

    ▶쇼트트랙=전 한산 이씨에요.

    ▶개그맨=어, 난 경주 이씨. 어쩜 다 다르냐. 게다가 가장 흔한 전주 이씨는 한 명도 없어.


    -셋이 함께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겠네요.

    ▶축구선수=기억 못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전 개그맨 정수씨랑 통화 한 적이 한번 있어요. (이)운재형을 통해서였죠. 정수씨 유명할 땐 친구들이 '내가 누구게' 이러면서 절 놀려댔어요.(‘내가 누구게’는 ‘우격다짐’ 코너에서 개그맨 이정수가 히트시킨 유행어다)

    ▶개그맨=아, 기억 난다. 몇 년 전 운재 형이랑 커피 마시다가 '너랑 똑같은 이름 가진 축구 선수가 있다'고 해서 통화를 했던 적이 있어요. 사실 우리는 서로 관심이 아주 많아요. 내 기사 검색하려고 하면 우리 모두의 기사가 다 같이 나오니까 서로의 근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수밖에 없죠.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지켜봤을텐데요.

    ▶개그맨=전 대학로의 맥주집에서 나이지리아 전을 봤는데, 정수가 골을 넣더라구요. 사람들이 다 저한테 달려와서 포옹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쇼트트랙=전 친구들하고 봤는데. 사실 전 형이 두 번째 골 터뜨렸을 때 진짜 놀랐어요. 제가 월드컵 시작하기 전에 친구들한테 그랬거든요. 내가 밴쿠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땄으니까 축구선수 이정수 형이 2골 1어시스트 할 거라고. 정말 2골째가 들어가서 우루과이 전 때는 정말 기대 많이 했어요. 1어시스트만 하면, 저 돗자리 깔아도 되는거였죠.

    ▶축구=하하. 솔직히 전 골 넣고도 넣은 지 몰랐어요. 머리가 하얘졌어요. 전 수비수니까 공격수들처럼 매번 골을 넣는 게 아니라서 골 세리머니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제가 오히려 밴쿠버 올림픽 때 정수 덕을 좀 봤죠. 일본 기자 분이 '한국의 쇼트트랙 선수 이정수를 아느냐'면서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우린 서로 한 명이 잘 하면 덩달아 유명해지는 운명인가봐요. 서로 잘 되는 게 좋은거죠.


    -셋이 함께 광고 찍어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개그맨=전 예전부터 생각한 게 있어요. 두 정수가 운동 선수니까, 스포츠 음료 광고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철인 3종 경기처럼 빙상 정수가 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한 뒤 축구복을 갈아입으면 축구 정수가 나와서 그라운드를 달리는거죠. 그런 뒤 축구 정수가 무대 위로 올라오면 저로 변신을 해서 스포츠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는 컨셉트. 또 두 선수 몸이 좋으니까 워터파크 광고도 어울릴 것 같고요.

    ▶쇼트트랙=하하, 지금 2PM이 광고 하던데.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저도 올림픽 끝난 뒤 광고 제의를 받았었는데, 실현되진 않았어요. 이번에 형들하고 광고를 찍으면 참 좋을 것 같네요.

    ▶축구=그러네요. 그런 기회가 꼭 왔으면 좋겠네요!
     


    -이정수 중 가장 유명한 세분이 모였지만 시련도 있었을 테죠?

    ▶쇼트트랙=저는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에요. 체육회의 징계 문제가 남아있어서. 이 시기를 넘어서면 또 좋은 날이 오겠죠.

    ▶축구=전 그라운드에 못 나설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구체적으로는 부상을 당했을 때. 2005년에 경기를 쭉 잘 해오다가 팀(인천)이 준우승할 때 플레이오프에 전혀 뛰지 못했거든요. 그 때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지금 정수(빙상)가 겪고 있는 일들이 마음에 와 닿아요. 축구 선수는 그라운드에 있을 때, 쇼트트랙 선수는 얼음 위에 섰을 때 가장 멋진 거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골 넣은 직후, 정수를 위해서 '제가 잘 했으니까 제 동명이인 정수 징계 좀 풀어주세요' 하는 인터뷰를 하려고 했어요. 논란이 될까봐 못했지만.


    -서로가 상대의 분야를 바라볼 때는 어떤 느낌인가요.

    ▶축구=개그가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전 남을 웃기지 못하거든요. 정수 형한테 많이 배워야 해요. 그러려면 술을 한 잔 사야할 것 같은데요.

    ▶쇼트트랙=저도 개그가 힘들어 보여요. 이상하게 제가 웃기려고 하면 아무도 안 웃고. 그래서 개그에 정말 관심이 많아요.

    ▶개그맨=제가 보기엔 운동이 힘들 것 같은데요. 전 발로 하는 운동은 못 해요. 축구 할 때는 헤딩을 해야 할 찬스에 전 눈을 감고 있죠. 얼음 위에서는 서 있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두 선수가 정말 대단해 보여요.
     

    -그렇다면 나에게 축구란, 쇼트트랙이란, 개그란 뭔가요.

    ▶축구=저한테 축구는 희노애락. 삶의 전부에요.

    ▶쇼트트랙=저한테 쇼트트랙은 '약'이었어요. 아프면 약 먹고 낫잖아요. 스케이트를 타면 아무 근심도 안들고 아프지도 않거든요.

    ▶개그맨=저한테 개그는 수학이에요. 한 동안은 개그가 어려운 줄 몰랐는데, 요즘은 너무 어려워요.


    -앞으로 꿈은 뭔가요.

    ▶축구=저는 꿈을 다 이뤘어요. 축구 하면서 태극마크 다는 게 꿈이었고, 대표 된 뒤에는 월드컵 나가는 게 꿈이었어요. 골까지는 생각도 안 했는데 월드컵에서 골도 넣었죠. 이제 다른 목표를 정하는 게 숙제에요. 다음 월드컵에 도전해야죠. 그 때 제 나이가 많긴 하지만, 홍명보 형이나 최진철 형같은 선배들을 찾아다니면서 비결을 들을 참이예요.

    ▶쇼트트랙=저도 다 이루긴 했는데요, 2014년 올림픽에서 더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새 목표에요. 올림픽 2연패를 해서 세계인들에게 '이정수'라는 선수를 각인시키고 싶어요.

    ▶개그맨=두 분은 꿈을 이뤘지만, 저는 아직 미완입니다. 올해 두 분 성과를 따라가려면, 저도 연말에 연예대상에서 2관왕을 해야하는데 말이죠.

    -에필로그-

    ▶축구=아 참, 전 올해나 내년쯤 여자친구와 결혼할 예정이에요. 해외 생활을 오래 하니까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그 때 개그맨 이정수씨가 축가를 불러주시면 어떨까요.

    ▶개그맨=하하. 내가 제일 못 하는 게 노랜데. 사회는 어떨까. 쇼트트랙 정수가 축가를 부르고.

    ▶쇼트트랙=그거 재미있을 것 같아네. 그렇게 하지요

    ▶축구=정말 좋아요. 꼭 그렇게 합시다. 하하하.

    ▶개그맨=우리 이제 '이정수회' 이런거 하나 만들어서 서로 친하게 지내고 격려하고 그러면 좋겠네.

    ▶일동=좋죠. 그나저나, 우리는 휴대폰에 서로를 어떻게 저장해야할까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