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아니라도 좋다 - 안성기의 길 안성기의 영화 이야기
배우 안성기. 60이 다 되었건만, 여전히 멋진 외모와 함께 연기력의 포스를 내뿜고 있다.
안성기라는 배우는 톱스타에 있어서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만의 연기 색깔을 가졌고, 어느 작품이든 녹아들 수 있다. 자신만의 독창성과 작품 속에 녹아들기.
두 가지 모두를 잡은 안성기는 오랫동안 롱런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무라야마 도시오라는 일본인이 지은 책이다.
동시통역가로서, 한국 영화를 즐겨본 그는, 안성기의 팬이 되었고 안성기의 전기를 쓸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한류 열풍 때문인지,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책을 많이 낸다. 노마 히데키의 <한글의 탄생>도 그렇고, 안성기에 대해서는 언젠가 전기가 나올 한국 영화계의 거목이지만, 일본인이 그의 전기를 낸데 놀랍기 그지없다.
안성기는 1952년 1월 1일, 한국전쟁 와중에 태어났다. 올해로 환갑이 된 셈이다. (근데 왜 이리 멋있어 ^ㅜ^)
아역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스크린에 섰다. 하지만 청소년기 이후로는 영화판을 떠나 있다가, ROTC 전역 이후 다시 연기자로 나서게 되었다.
비록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있다지만, 10년 이상 공백이 있었던 그에게 영화계는 혹독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존재감없는 단역이나 조연부터 시작했다. 그러다가 80년대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만다라',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고래사냥' 등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30대가 지나서야 빛을 보기 시작한 셈이다.
이후로 30년 이상, 많은 작품에서 활약해왔다.
배우들은 독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안성기처럼 인기를 얻은 후에도,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사람은 드물다.
임권택 감독의 추천사를 읽어보니, 그가 수도승같은 삶을 산다고 영화판에서 버텨낼지 의문이라고 한다. 그 정도로 순수하면서도 엄격한 사람이라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이후에 타락하는 경우가 많다. 안성기처럼 초심을 잃지않고 꾸준한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이 크게 보인다.
'만다라' 영화 시절, 안성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집에서도 승복으로 지냈다고 한다.
또한 모 커피 광고의 CF모델로 10년 이상을 활약했는데, 당시 광고 출연이 영화배우로서의 순수성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했다고 한다. 연예인에게 광고는 생명인데, 이를 주저하고 거절하는 것을 보니, 안성기가 참 특이해보인다.
사실, 안성기는 배우가 될 생각이 없었다. ROTC 전역 후 직장을 알아보려 했지만, 베트남어과라는 전공 때문에 직장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연기자의 길로 들어갔다.
만약, 그가 취직이 되었더라면 한국 영화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래도 안성기는 미중년이었을 것 같다. ^^
안성기는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고 한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고,
그 일을 잘 해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
그래서 처음의 열정이 식지 않고 꾸준히 몇 십년째 계속되어
세월이 흘러도 그 청춘이 여전할 수 있다는 것.
요새 청춘이란 말이 사회적 코드로 뜨고 있는데, 안성기의 청춘은 단지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현재에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이 점이 안성기의 청춘이 다른 것이고, 안성기가 여전히 청춘인 이유다.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 청춘을 어영부영 보내는건 아닌가 하는 나에게 큰 울림이 된다.
안성기의 인터뷰를 보니, 꾸준히 운동을 한다고 한다. 마치 밥을 매일 먹듯이 그런 자세로 운동을 한다고 한다.
노력과 함께 이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도 그런 자세로 운동을 해야겠다.
이 책은 안성기가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긴 분량의 인터뷰도 나누는 등 사실상 안성기의 생각이 담긴 책이라 할 수 있다.
안성기, 그는 청국장 같은 배우다.
청국장이 오감을 끌 정도로 맛있지는 않지만, 오래 묵히고 숙성돼온 맛이 일품이다.
안성기란 배우는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성실했고 우리 곁에 친근한 배우다.
청국장 같은 배우 안성기, 앞으로도 영원토록 활약하시기를 빈다.
▲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이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