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고 독후감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 무위당 장일순의 생명 이야기

레오날두꼬꼬 2014. 3. 26. 01:08

나락 한알 속의 우주

 

성균관대 유학과 이기동 교수님은 늘 한 마음을 강조하신다. 나만 아는 이기적인 개체성을 버리고, 우주와 하늘과 한 마음이 되는 경지를 추구하라고 이르신다. 이는 유, 불, 도를 관통하는 동양 사상의 정신이다. 한 마음을 통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고, 잃어버렸던 나를 회복할 수 있다. 또한 개인적인 '좋음'의 경지를 벗어나, 한 톨의 쌀알 속에도 우주가 있음을 알고 세상에서 한 마음의 뜻을 실천한 경지에 이른 이도 있다. 바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그 경지에 이르렀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1928년 9월 3일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에게서 한학을 배웠고, 우국지사 차당 박기정 선생과 동학 운동가였던 오창세 선생에게서 정신적인 가르침을 얻었다.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진학했으나 6.25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그 뒤 원주에 쭉 살았다. 원주 대성학원 설립에 참여하였고, 신용협동조합 운동, 평화통일 운동을 전개했다.

74년 민청학련 사건 당시,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청년들에게 격려금을 주었다는 양심선언을 하도록 설득하였고, 이로 인해 지 주교가 구속되자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김지하 시인과는 천주교 세례, 견진 성사의 대부이지만, 그 이상으로 큰 영향을 미친 끈끈한 관계였다고 한다.

70년대 원주는 '민주화의 성지'였고, 그 구심점이 장일순 선생이었다.

 

하지만 장일순 선생은  지금까지의 운동을 공생의 논리로 입각한 생명운동으로 전환했고, 1983년 10월 도농직거래조직인 '한살림'을 창립하고 나락 하나에도 우주가 있다는 생명나눔운동을 전개하기에 이른다.

그는 천주교 신자였지만, 유.불,도 등 동양 사상에 능통하였고, 이현주 목사와의 대담을 통해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원주 지역에서 활동하던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을 기리는 사업에도 앞장을 섰다.

호는 무위당(無爲堂)으로 지었는데, 사람들은 '하는 일이 없다'고 치부하지만 자신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 한다. 선생은 토담집을 지어 생활하였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검소한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술과 사람을 좋아해서 술자리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난와 서화를 그리기를 좋아했고, 이를 지인과 손님들에게 선물로 줬다.

선생은 1994년 5월 22일 원주 자택에서 67세를 일기로 영면하였다. 이후로 추모식이 계속 열려왔으며, 원주 밝음신협 건물에는 '무위당 기념관'이 개관되었다.

 

 

  

 

 

一微塵中 含十方 十方曰宇宙 한 띠끌의 먼지 중에도 우주가 있다 - 화엄경 중에서

天下萬物 莫非侍天主也 천하만물은 천주를 모시지 않은 것이 없다 -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씀

 

"옛말에 우리 인간을 소우주라고 얘기하는데 소우주는 사람이 만든 소우주가 아니야. 풀 하나도 소우주라 이 말이야.

한살림운동이란게 뭐냐. 다 살리겠다는 얘기 아녜요. 천상천하가 매일 자기를 보호해서 먹게 해주고 살게 해주는데 그렇다면 당당하게 살 것이지, 뭘 이렇게 이것저것 잡된 것을 집어넣느냐 말이지. 이걸 편히 가지면 이걸 비우면 철따라 채소가 나면 반가워. 햇살이 나면 은혜를 알야야 되요. 은혜를 알면 생활이 기뻐. 은혜를 모르면 맨날 일등만 하려고 맨날 미쳐 돌아가는 거지. 무공해식품만 먹으려고 해서 될게 아니라 보는 시각이 전체에 가 돌아갔을때, 전부 편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머리가 아프지 않고 심장이 뛰지 않고, 첫째 공해병에 걸리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갑시다, 그거지. 그만 얘기합시다." -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pp.46~47

 

운동가, 활동가들 중에는 세월이 흐를수록 생각이 경직되고 권위적으로 변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운동이 생계나 출세의 수단이었으며, 이들의 사상은 부정과 비판의 철학이다.

장일순 선생도 민주화 운동가였지만, 투쟁과 이익 추구의 운동에서 벗어나 모든 생명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운동으로 확장시켜 나갔다.

 

장일순 선생의 삶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이 아름다운 사상을 통해 실천가능한가를 볼 수 있었다. 이 분의 삶은 이론적 깊이뿐만 아니라 실천으로서 삶 전체가 생명 사상으로 살아왔다.

올해는 무위당 선생의 20주기이다.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볼 수 있다.

나락 한 톨에도 우주가 들어있다고 믿는 마음이 더욱 커져가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