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성균관대 유교철학과 명예교수님 강의 동영상 발제문
<이기동 교수님 강의 동영상 발제문>
1) 부자 vs 가난한 사람 - 누가 더 책을 잘 읽을까?
교수님께서는 의외로 가난한 사람이 책을 더 잘 읽을 확률이 높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책 하나에 집중해서 읽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책도 많고 너튜브에 동영상도 많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책 하나, 동영상 하나를 소중히 할 줄 모릅니다. 그 콘텐츠들을 만드느라 심혈을 기울인, 만든 사람들의 정성은 모른채 말입니다. 책들은 쌓아놓고 동영상은 무진장 많은데 우리는 제대로 보지 않습니다. 책 하나, 동영상 하나도 소중히 하는 우리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2) 무엇이 큰 사람이고 작은 사람인가? + 3) 인생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작은 사람은 눈 앞의 일에만 전념하는 사람이고, 큰 사람은 뭔가 멀리 내다볼줄 아는 사람입니다. 인생의 종착역은 어디입니까? 바로 죽음입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이기동 교수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이길려고 경쟁할려고 아득바득한다고 하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경쟁도 돈 벌려고 아득바득하는 것도 의미없는게 아닙니다. 세상에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해 돈도 벌고 열심히 살아야죠. 다만 인생의 종착역은 죽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솔직히 저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제가 계속 사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할머니, 작은 할머니, 큰고모부님 등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시는 것을 보면서 인생이 허무하고 슬픔을 느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은 유한(有限)합니다. 유한한 인생인데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겠다고 느낍니다.
이기동 교수님께서는 <장자(莊子)>를 이야기합니다. <장자>의 첫 구절에 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다.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리가 되는지 알 수 없다. 이 물고기가 둔갑을 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鵬)이라 한다. 붕의 등은 넓이가 몇 천리가 되는지 알 수 없다.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가 하늘에 드리는 구름 같다. 이 새는 바다가 요동하면 남쪽 바다(남명, 南冥)로 옮겨간다. 남쪽 바다는 하늘 못이다. 제해라는 것은 괴이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해의 말에 이르기를, ‘붕새가 남쪽으로 옮겨 갈 때는 물결치는 것이 삼천리나 되며, 회오리바람을 치고 올라가는 것이 구만리나 된다. 그리고 한 번에 여섯 달을 날아가서 쉰다’고 했다. 아지랑이인가, 띠끌먼지인가, 생물들이 숨을 서로 불어내는 것인가, 하늘이 푸르고 푸른 것은 그 바른 색깔인가, 아마도 멀어서 끝닿는 데가 없어서인가, 아마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을 것이다.” - <장자>
남쪽 바다는 진리의 바다입니다. 영생(永生)의 바다입니다. 또한 해탈(解脫)의 바다입니다. 우리는 북쪽 바다에서 남쪽 바다로 넘어갈 때 영원한 행복과 구원과 해탈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4) 남명 조식은 어떤 분이신가?
남명 조식 선생은 호가 남명(南冥)입니다. 남명이란 말은 <장자>에서 따왔습니다. 남명 조식 선생은 처사(處士)라고 합니다. 이기동 교수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그분은 한번 과거를 쳐서 낙방했고 평생 벼슬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미 그분은 남쪽 바다에 가계셨는지 모릅니다. 남명 조식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조식 선생에 대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분이 진리를 깨닫고 경쟁하고 벼슬하는 삶 대신에 진정한 학자의 길을 걸으셨다는 것에 대해서 저는 존경심을 품고 있습니다.
퇴계와 율곡 선생은 과거도 보시고 벼슬도 하셨지만, 그분들도 낙향하셔서 제자들을 기르고 참된 학문과 수양을 했다는데 높은 평가를 내립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가셔서 훌륭한 저술들을 많이 남기셨고, 성호 이익 선생은 아예 벼슬을 안 하시고 곤궁한 삶이었지만 학문 연구에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이처럼 조선의 학문은 벼슬을 해서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삶을 사셨던 벼슬아치들보다 초야(草野)에 묻혀서 진정한 구도자의 길을 걸었던 학자들에 의해 계승되고 발전되었습니다. 당대(當代)에는 벼슬아치들이 잘 나가고 성공했다고 인정받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역사는 남명, 퇴계, 율곡, 성호, 다산을 기억하고 기립니다. 그분들은 당대에는 힘든 삶, 핍박받는 삶을 살았지만 역사는 그들을 기억하고 기립니다.
우리 모임에 석사, 박사, 대학원생들, 학부생들이 계시는데 한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 여겨집니다. 저도 끝내 교수가 되지 못했고, 강사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자기 일을 하면서 초야(草野)에 묻혀지내는 모습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논문의 형식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음에 행복할 따름입니다.
저는 나훈아의 공(空)이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정말 오늘 강의의 내용을 잘 요약해서 담은 노래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사를 한번 옮겨보겠습니다.
살다보면 알게 돼 일러 주지 않아도
너나 나나 모두 다 어리석다는 것을
살다보면 알게 돼 알면 웃음이 나지
우리 모두 얼마나 바보처럼 사는지
잠시 왔다가는 인생 잠시 머물다 갈 세상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살다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띠리 리 띠리 띠리리 띠리리 띠리 띠리리
살다보면 알게 돼 알고싶지 않아도
너나 나나 모두 다 미련하다는 것을
살다보면 알게 돼 알면 이미 늦어도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잠시 스쳐가는 청춘 훌쩍 가버리는 세월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살다보면 알게 돼 비운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꿈이였다는 것을
모두 꿈이였다는 것을
띠리리 띠리 띠리리 띠리리 띠리 띠리리
띠리리 띠리 띠리리 띠리리 띠리 띠리리
노래 가사처럼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사는 게 우리인 것 같습니다. 이 노래를 계속 음미해봅니다. 인생의 진리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알게 돼 비운다는 의미를’이란 말처럼 저는 저 자신과 주위를 조금씩 비워가면서 남쪽 바다로 갈 준비를 해볼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