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을 통해본 조광래호
이미 한일전이 끝난지 열흘이 다 되어가지만 한일전을 생각하면서 쓴다.
10월 12일 한일전은 경기 전부터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단순한 평가전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결과는 0-0 무승부. 하지만 양팀 선수들은 매우 치열하게 경기에 임했고, 두 팀의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허나 한국이 주도권을 많이 가지고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여러 축구게시판에는 조광래 감독의 전술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다.
1. 수비는 그런대로, 공격은 그다지
GK 정성룡
DF 조용형
DF 이정수
DF 홍정호
MF 최효진(후36분 차두리)
MF 윤빛가람
MF 이영표(주장)
MF 신형민(H.T. 기성용)
FW 이청용
FW 최성국(후20분 염기훈 -> 후36분 유병수)
FW 박주영
일본전 선발라인업이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부임한 조광래 감독은 김영권, 홍정호, 윤빛가람, 유병수 등의 신인 선수들을 중용한다.
이들은 현재 대표팀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김영권과 홍정호는 새로운 수비자원으로 인정받고, 윤빛가람은 나이지리아전에서 골을 넣었으며, 유병수는 K리그 득점선두다.
일단 조광래 감독은 수비진 강화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남아공월드컵에서 8실점이나 한 것을 보면서 느꼈을 것이다.
스리백을 도입하고, 한일전에서 조용형을 포어 리베로(최후방보다 앞선에 배치된 수비수, 거의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움.)로 기용하는 등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실험 중이니 결과를 지켜봐야겠다. 다만 조용형을 포어 리베로로 배치한 것에 대해선 평가가 좋지 않다.
문제는 공격이다. 나이지리아전에서 두 골을 터트리며 역전승한 이후, 9월 이란전과 이번 일본전은 무득점이다. 답답한 골가뭄이다.
내 생각에 공격의 문제점은 박주영을 대체할 만한 공격수가 없다는 것이다. 박주영이 월드컵 이후에 잔부상을 안으면서 컨디션이 다소 떨어졌다. 이러한 박주영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공격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유병수는 움직임이 좋았지만 출전시간이 짧아, 아직 대표팀 적응기간이라 하겠다. 윤빛가람도 나이지리아전 이후에는 잠잠하다.
2. 3-4-3의 지향점은?
조광래 감독은 3-4-3 시스템을 추구한다. 전임 허정무호의 4-4-2 전형과는 다르다.
3-4-3 시스템의 모범 사례로는 두 가지 경우를 들 수 있다.
첫째는 2002년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호다. 이 당시 대표팀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압박축구를 구사하며 '게임의 지배'를 구현해냈다.
4강전까지 여섯 게임동안 불과 3실점, 경기당 0.5실점으로 엄청난 잔물수비를 구현해냈다.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 그들은 현재까진 한국 축구 사상 최강의 수비진이었다.
둘째는 이번 남아공월드컵의 칠레 팀이다. 칠레를 맡은 비엘사 감독(아르헨티나)은 3-4-3과 4-3-3을 번갈아쓰면서 자신의 색깔이 독특하기로 유명한 감독이다. 그의 축구는 다이나믹하고 한 몸같은 팀플레이, 매우 공격적인 경기운영이 핵심이다. 칠레를 남미 예선 2위에 올리고, 본선에서도 스위스를 꺾으며 16강에 올랐다. 스페인과의 경기에서는 2골이나 내줬지만, 시종일관 공격적으로 밀어붙여 한골을 따라붙고 경기 막판까지 스페인을 위협했다.
칠레는 재밌는 축구로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청용 선수가 조광래 감독의 축구를 '만화축구'라 하였는데, '만화축구의 표본은 비엘사의 칠레팀이 아닐까 싶다.
조광래 감독은 히딩크와 비엘사의 축구를 머릿속에 습득했을 것이다. 조광래 감독도 히딩크와 비엘사처럼 다이나믹한 축구를 구현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않다.
세계 축구의 대세는 포백이다. 그것도 양사이드백의 활발한 공격가담이 특징이다.
또한 국내에 포백이 이미 정착되었다는 점이다. 근 몇 년간 우리 대표팀은 포백을 사용하였다. 또한 K리그 팀들 중에서도 다수가 포백을 사용한다.
지금은 조광래 감독이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지금의 대표팀이 제 색깔을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첫번째 시험대가 내년 1월에 열리는 아시안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조 감독에게 당부하고 싶은게 있다면 해외파 선수들은 그만 불렀으면 좋겠다. 물론 발을 맞추는 실험을 위해서 불렀다지만, 시즌 중에 유럽에서 날라 오는 것은 체력적인 부담이다. 박지성 선수가 부상을 당했고, 박주영 선수가 컨디션이 떨어진걸 보면 불안한 느낌이 든다. 왠만하면 해외파들을 감독이 빨리 파악했으면 한다.
끝으로 '홍승범의 축구노트'란 블로그에서 조광래 감독에 관한 글을 참고로 올린다.
3. 일본 축구에 대한 소감
일본은 지난 월드컵에서 원정 첫 승과 16강의 위업을 달성했다. 일본을 E조 최약체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결과는 카메룬과 덴마크에 승리, 준우승팀 네덜란드에 1-0 아쉬운 패배, 16강전에서 아쉽게 승부차기로 패했다.
그때 일본축구를 본 소감은 마치 2002년 한국축구같이 체력을 바탕으로 압박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간의 일본축구는 화려한 패스플레이가 강점이었으나, 강팀에 약하고 피지컬이 부족하여 성과가 미진했다.
그러한 스타일을 일거에 바꾸고 새롭게 일본축구는 변모했다. 감독이 오카다 다케시에서 알베르토 자케로니(이탈리아)로 바뀌었지만 자신감은 여전하다. 또한 월드컵 이후에 몇몇 선수들이 유럽 진출에 성공하였다.
한일전에서도 그들은 주눅 들지 않고 한국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맞섰다. 게다가 혼다 다이스케는 힘과 기술이 좋아 우리 수비가 공을 뱄기 어려운 정도였다.
막대한 투자로 대표되는 J리그를 기본으로 하는 일본축구는 자신감까지 더해졌다. 일본 축구의 성장을 보면서 한국 축구에 좋은 자극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