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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독후감

유럽의 진면목 - <이제는 유럽이다>

 

유럽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가? 배낭여행지? 세련된 패션? 빛나는 예술? 축구의 고장? 복지국가? 높은 물가?

다 좋다. 유럽은 서양 세계의 중심이며, 지난 몇백년간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문화권이다.  

그리고 현재 EU(유럽연합)은 5억이 넘는 인구와 높은 구매력을 가진, 단일화폐 유로로 대표되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다. 

그러나 유럽은 세계의 패권은 이미 미국에게 넘겨줬고, 현재는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중국과 아시아를 부러워하는 다소 늙은 대륙이기도 하다.

이러한 유럽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유럽의 실체는 무엇인가?

 

Circle of 12 gold stars on a blue background. 유럽연합 깃발

 

이 책은 저자가 유럽에서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유럽인의 생활, 유럽의 교육, 교통제도,. 유럽 통합 문제, 유럽의 경제, 유럽의 사회문제, 유럽과 아시아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 이준 필립(1965~ )은 한국인 최초의 프랑스 변호사로, 한불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다. 그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소르본대를 졸업하였다. 그의 할아버지는 이인 전 법무부 장관이고, 아버지 이옥 교수는 프랑스 최초로 한국학 교수가 된 사람이다.

(ㅎㄷㄷ한 집안)

 이준 필립

 

그리고 내가 푹 빠져있는 유럽의 축구에 대해서도 설명이 나온다. 유럽 축구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 과정과 함께, 프랑스 축구팀 올림피크 리옹의 구단주 장 미셸 올라스를 소개하며, 올림피크 리옹이 적은 예산으로 선수를 영입, 비싸게 되팔아 이익을 남긴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올림피크 리옹은 유망주들이나 덜 알려진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 이들을 조련하여 빅클럽으로 이적시켜 시세차익을 남긴다. 리옹을 거친 선수들은 스타로 성장하였다. 대표적으로 에시앙, 말루다, 아비달, 벤제마 등이 있다. 

이러한 배경으론 장 미셸 올라스의 훌륭한 경영수완이 있음을 지적한다.

OL logo  올림피크 리옹의 로고

 

 

Vélib' logo 벨리브 로고

프랑스 파리시에는 밸리브(Velib)라는 자전거 무인대여 시스템이 있다.
이는 기존의 자동차와 대중교통 중심에서 벗어난 새로운 교통 시스템으로 도시에서 도시로의 이동시 누구나 자유롭게 자전거를 이용한다. 파리시에는 300m마다 자전거 정류장이 있고, 1,450곳 중 아무데나 자전거를 주차하면 된다. 이러한 제도는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파리는 인간중심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벨리브 요금기                

 

또한 유럽인들은 뛰어난 사회보장제도와 여유로운 생활을 즐긴다. 프랑스에서는 부성 보호법이라 하여, 남성도 약 10일간의 출산 휴가를 준다. 아이를 낳으면 아빠도 아이와 산모를 돌볼 수 있다.

 

2007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약 2,400시간으로 독일(1,353시간), 프랑스(1,457시간), 미국(1,798시간)은 물론 일을 열심히 한다는 일본(1,850시간)보다도 길다. 우리 한국의 직장인들은 고단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한국에 비해 유럽인들은 여유있게 일하면서도 생산성 또한 높다고 한다. 특히 유럽인들은 한달 남짓의 여름휴가를 즐기는데, 여름휴가에는 온 도시가 올스톱(All-Stop)이 될 정도라고 한다.

 

 

 2005년 시위 사진

그러나 이러한 유럽에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럽은 급속한 노령화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실업률도 극심하여 유럽 각국의 실업률은 10%가 넘는다. 또한 불법 이민자가 늘어나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유럽을 다녀보니 유럽엔 노인들이 많고, 각 도시마다 아랍계나 인도계, 흑인 이민자들이 많았다. 이미 2005년 프랑스에서 알제리 이민자들의 시위와 같은 충돌시테도 벌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 사람들은 외국인을 적대시하고 우경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유럽인들이 진취성이 떨어지고 근로의욕이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인이나 아시아인에 비하면 확실한 일 처리가 부족함을 지적한다.  또한 경제적 국수주의도 강하다고 지적한다. 인도의 철강재벌 락시미 미탈이 유럽의 철강회사를 인수하려 했을때, 유럽의 관료들은 이를 경계하여 허가를 차일피일 미뤘다. 이러한 예로 볼때 유럽은 아직 비유럽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는걸 알 수 있다.

 

<유러피언 드림>이란 책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의 가치에 반대되는 복지와 조화의 '유러피언 드림' 가치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유러피언 드림'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유러피언 드림'의 가치도 아직은 효력을 잃지 않았다. 유럽의 각국이 평화적으로 연대하여 다민족 다언어 공동체인 '유럽 연합'을 만들고, 또한 인본주의적 전통이 강한 유럽 사회에서는 시민 사회의 힘이 강하다.

유럽은 절대 '이상 사회'가 아니다. 나름대로 문제점도 많다. 다만 유럽들이 부러운 것은 우리 한국인보다는 덜 빡빡하게 사는 것 같아서 부럽다.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아시아를 많이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국과 유럽의 교역도 늘어가고 최근엔 FTA까지 체결되었다.

이 책을 통해 유럽의 진면목을 알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다만 저자가 경제인이다보니, 경제적 관점에선 자세할지 모르지만 문화나 사회를 소개하는데는 다소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사례가 프랑스 중심이어서 다른 유럽국가의 사례가 부족한게 아쉽다.

 

우리가 그동안 유럽을 이미지로만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동화 속 왕자, 공주가 살 것 같은 유럽이 아닌 현실의 유럽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볼 때이다.

 

 

Eurozone map  EU 가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