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토마스 프리드먼(Thomas L.Friedman)에 대해 다소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가 전작인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도요타의 렉서스 자동차와 맥도날드를 세계화의 상징으로 규정하면서, 올리브나무 세상(후진국)과 렉서스와 맥도날드 세상(선진국)으로 세계를 나누고, 세계가 렉서스 세상으로 변화해야 된다는 논지를 폈다.(나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ㅋ)
그러한 이유로 인해 나는 프리드먼을 좋아하지 않았다. <코드그린>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처럼 보수적인 내용의 책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코드 레드라는 말이 있다. 사고가 생길 때, 상황실에선 빨간 불이 켜지고 비상상황으로 바뀌게 된다. 미국이 9.11테러 이후에 보여준 경계심을 상징한다. 저자는 코드 그린(Code Green)을 주장하며 화석연료를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친환경적 생활방식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드 레드가 테러라는 비상상황에 맞서듯이, 코드 그린은 에너지 빈곤, 기후변화, 석유독재, 에너지 수급 문제, 생물 다양성 감소라는 전 세계적인 위기에 대처하고, 미래에 있을 에너지 고갈에 대비하고자 하는 수단이다.
세계는 인구가 많아 붐비고, 시장의 팽창으로 인해 에너지 소비가 많이 필요한 평평한 세계이고, 온실가스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로 지구가 뜨거워진다. 어쩌면 그러한 세계가 화석연료를 쓴 댓가를 치르느라 경제성장을 가로막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처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친환경적인 생활방식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밌는 사실도 발견했다. 한 무리의 소가 내뱉는 트림이 큰 트럭 하나가 배출하는 배기가스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소의 트림이 이처럼 유해(?)할 줄 몰랐다.
개인적으로는, 고기 소비가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한다. 4,50년 전에는 고기가 명절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동네마다 고깃집이 생기더니 엄청난 양의 가축이 소비되고 있다. 가축들은 비좁은데 갇혀 일생을 보내다가 도살을 당한다.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고기소비를 줄이는 것이 지구 환경을 위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불편한 진실도 알게 되었다. 미국은 석유를 중시하고 있고, 미국의 주요 석유동맹국 중 하나가 사우디아라비아다. 그런데 사우디는 여성은 운전을 할 수 없고 사회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보수적이고 원리주의적인 이슬람 국가다.
어느 정도냐 하면, 여학교에서 화재가 났는데 율법에 따라 소방관들이 학교에 들어갈 수 없어서 15명이 사망해야 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사우디가 석유를 통해 얻는 부가 커질수록 중동에서의 영향력도 커져, 극단주의적 이슬람이 번창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은 미국에게도 결코 좋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사우디를 키워준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대체에너지, 청정에너지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필요하다. - 시스템이 중요하다. 단순히 에너지를 개발하는게 아니라, 자연 속에서도 얻고 순환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후진국들이나 낙후된 지방 사람들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개발하여 그들에게도 혁신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는 정보 기술과 에너지 기술이 결합할 때 가능하다.
둘째, 에너지 효율을 높여 자원 소모를 줄여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자원을 남겨두어야 한다.
셋째, 환경보호를 통해 청정전기를 보존하고 자연친화적인 지속가능한 개발을 도모해야 한다.
넷째,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여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저자의 애국심이 담겨있는듯 ^^)
또한 저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는 방법 15가지를 제시했다.
1. 20억 대의 자동차 연비를 30mpg에서 60mpg로 배가한다.
2. 20억 대의 자동차가 30mpg 연비로 연간 1만 마일을 주행했다면 5000마일만 주행하도록 한다.
3. 1600개의 대규모 석탄화력공장의 효율을 40%에서 60%로 올린다.
4. 1400개의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천연가스 동력 시설로 대체한다.
5. 800개의 대규모 석탄화력공장에 탄소 포짐 및 격리 시설을 설치하여,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고 지하에 저장할 수 있게 한다.
6. 신축하는 석탄화력공장에 탄소 포집 및 격리 시설을 설치하고 수소를 생산하여 15억 대의 수소엔진 차량에 공급한다.
7. 180개의 석탄가스 발전소에 탄소 포집 및 격리 시설을 설치한다.
8. 현재의 세계 원자력 수용력을 2배로 높여 석탄화력전기를 대체한다.
9. 모든 석탄화력전기를 대체하기 위해 풍력을 40배 증가시킨다.
10. 모든 석탄화력전기를 대체하기 위해 태양력을 700배 증가시킨다.
11. 무공해 자동차에 투입할 수소를 만들기 위해 풍력을 80배 증가시킨다.
12. 전 세계 농경지의 6분의 1에서 옥수수를 재배한 후, 20억 대의 자동차가 에탄올로 운행하게 한다.
13. 숲 속의 나무를 베고 불태우는 모든 행위를 중지한다.
14. 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훨씬 적은 환경보존 경작법을 전 세계 모든 농토에 도입한다.
15. 주택, 사무실, 가게에서 전기 사용량을 25%까지 줄인다. 탄소 배출량도 같은 비율로 감소시킨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마도 15번이 하기 쉽고 가장 필요할 것이다. 불필요한 전기를 줄여야 한다.
이 책에는 전력 사용을 줄이는 기술이 소개되어 있으니 꼭 읽어보라. ^^
유가가 오르고 화석연료의 폐해가 심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체에너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믿었던(?) 원자력마저도 일본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불신감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체에너지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기후시대의 변화를 <코드그린>은 잘 짚어내고 있다. 토마스 프리드먼은 방대한 조사와 놀라운 통찰력으로 친환경에너지 시대를 열고자 한다.
공익 근무 시절, 이 책은 직원들의 필독서였다. 내가 속한 과가 기업환경과여서 신재생에너지나 배출가스 단속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직원들이 돌려보느라 이 책을 손에 얻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최근에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유익했고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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