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체험>이란 책을 몇년 전엔 '흰 바탕에 검은 건 글씨'였을 정도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읽혀지는 기적을 느꼈다.
"인간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다음에야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 26쪽
"우리는 하느님께 받기를 원하지, 그분 자신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관계입니까? 친구에게 무엇을 받을 생각만 하고 친구에게 관심이 없다면 참된 우정이라 하겠습니까?" - 42쪽
"우리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계시는 하느님을 향해 화살기도를 날려라." - 62쪽
"의식적으로 기도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기도하라." - 71쪽
그리스도인이라면 기도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촣은 책이다. 여기까진 비신자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이해 가능하다.
어느 할머니가 신부님께 찾아왔다. '14년 동안 기도했는데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신부가 이렇게 말했다. '그저 뜨개질만 하시면서 방 안에서 평화롭게 계십시오.'"
할머니는 며칠 뒤에 이렇게 말했다.
'15분 동안 안락 의자에 앉아서 아무 일도 안 해도 좋으니 참 좋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내 방이 좋구나, 넉넉하고 크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침묵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침묵 안에 어떤 깊이와 풍요로움이 있었고 그것이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침묵이 곧 현존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침묵의 중심에는 모든 평온과 모든 평화이신 하느님이 계셨습니다.'
아무것도 안함, 침묵, 멈춤...
어찌보면 종교의 핵심은 이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안하고 침묵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은 정신이 없게 때문이다. 정신 과잉의 시대이다. 정신 과잉은 우울증, 정신 분열증, 불안 장애를 동반한다. 결국 자기를 망친다.
연봉이 2000만원이면 3000만원이 부럽고, 3000만원이면 5000만원이 부럽고, 1억이 부럽지 않을까? 이렇게는 열등감을 해결할 수 없다.
모든 고민과 잡념을 벗어버리고 침묵과 無에 집중해야 한다. 無가 곧 하느님이다.
사실 이렇게 얘기하면 신부나 스님만 가능하다고 하지 않겠나? 하지만
긴장과 이완이 운동의 기본이듯이, 늘 긴장하고 달리고만 살 수 없다. 때론 쉬워주면서 편안함을 느껴야 한다. 나는 그 방편을 종교에서 찾게 되었다. 이래서 종교가 비합리적이어도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미치지 않기 위해서' 신앙을 가진다.
<기도의 체험>을 접한게 내 신앙 생활의 가장 큰 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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