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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 생각

유학은 이성적인 학문이다

<유학(儒學)은 이성적인 학문이다>

최근 논어 등의 유교 경전 공부가 인기를 끌고 있고, 유학을 심성 수련 내지 인격도야의 수단 내지 세상을 초월하는 순수한 선(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은 유학의 한 단면만 본 것이다. 유학은 이성적이고 정확한 사리판단을 요구하는 측면도 있다.

... 子曰 孰謂微生高直 或乞醯焉 乞諸其隣而與之
공자왈 "누가 미생고를 정직하다 했는가? 어떤 사람이 그에게 식초를 얻으러 가니까 그의 이웃에서 빌려다가 주었다."(논어 5장, 23)

공자는 미생고라는 사람을 비판한다. 미생고가 굳이 이웃에서 빌려서까지 준 것은 남에게 인자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솔직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호의를 베풀더러다도 오버하지 말고 분수에 맞게 행동하라는 뜻도 담고 있다.
이처럼 공자는 무조건적인 선의보단 분수와 사리판단에 맞게끔 행동하기를 가르친다.

혹자들은 유교가 지나치게 효를 강조하고, 연고주의에 빠져있다고 한다.
맹자는 효의 경직성을 비판하는 묵가의 한 사람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상고시대에 일찍이 그 어버이를 장사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그의 어버이가 죽자 그냥 땅에 놔뒀다. 그러자 짐승들이 파먹고 벌레가 들끊는 것을 보고 그의 이마에는 진땀이 흘렀다. 이는 남이 볼까봐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우러나 얼굴에 나타난 것이리라. 그래서 삼태기와 수레를 가져다가 흙을 덮었다고 한다. "
그러자 묵가는 "큰 가르침을 주셨다."고 했다. - 맹자 등문공 상편

맹자의 이 말은 孝와 仁이 우리의 본성에 내재되어 있다고 전제한다. 효와 인이 단순한 규범이 아니라 본성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효와 인이 우리의 행동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 속에 내재된 유전자를 깨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유학을 단순히 심성론 내지 삼강오륜 등으로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학은 테크노크라트들의 교본이자 통치술로서, 한문 문장의 교본으로서 기능했던 이성적인 학문이다. 상대적으로 도가나 불교에 비해서는 더욱 이성적이다.

오늘날은 보다 논리적인 서양 철학이 들어오고, 철학 이외의 실용학문들 앞에서는 철학도 뜬 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유학은 분명 이성적인 학문이었고, 이성과 감성을 모두 포괄하여 공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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