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U-20 여자 월드컵이 남아공 월드컵보다 즐거운 이유
김현회 기사전송 2010-07-17 10:09
2010 남아공 월드컵에 나선 축구 강국들을 보면서 “우리는 왜 저렇게 하지 못할까. 저 나라 국민들은 얼마나 월드컵이 즐거울까”하고 떠올린 이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 대표팀도 16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월드컵을 더 즐기고 싶었던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이들을 위해 추천하는 대회가 있다. 바로 지금 독일에서 치러지고 있는 U-20 여자 월드컵이다. 이 대회를 지켜보면 우리도 남자축구의 스페인이나 브라질 국민처럼 행복해 질 수 있다. 한국 여자축구를 보면 즐거워지는 이유를 꼽아봤다. ![]() 지소연은 이번 대회 초반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오른발, 왼발 가릴 것 없이 그냥 무자비하게 막 넣는다. ⓒ연합뉴스 1. 메시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은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스위스를 4-0으로 대파했다. 특히 지소연은 이 경기에서 세 골을 꽂아 넣으며 한국 축구 역사상 FIFA가 주관하는 대회 첫 해트트릭의 역사를 달성했다. 지소연은 한국 여자축구 사상 최연소 A매치 데뷔기록(15세 8개월)을 보유 중이기도 하다.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메시의 현란한 드리블을 보며 “쩐다”는 감탄사를 연발한 이들은 반드시 지소연을 지켜보라. 지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메시보다 더 ‘쩌는’ 기량을 보여줄 것이다. 이 대회가 끝나면 많은 이들은 메시를 ‘아르헨티나의 지소연’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2. 여유있게 경기를 볼 수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은 그야말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후반 막판 2-2 상황에서 수세에 몰리며 힘겹게 16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번 U-20 여자 월드컵은 다르다. 비록 한 경기뿐이긴 했지만 한국이 보여준 경기 운영은 환상적이었다. 축구 경기 보면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던 건 그만큼 한국의 경기력이 완벽했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 경기 보고 남아공 월드컵을 봤다면 심장마비에 걸렸을 지도 모르겠다. 3. 북한도 잘한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은 무척 불쌍했다. 비록 우리와 적대 관계에 있지만 한민족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을 응원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3전 전패를 당하며 ‘광속 탈락’하고 말았다. 북한이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U-20 여자 월드컵은 다르다. 북한은 첫 경기에서 브라질에 1-0 승리를 거뒀다. 1-2로 패한 성인 남자대표팀의 아쉬움을 U-20 여자대표팀이 멋지게 되갚은 셈이다. U-20 여자 월드컵이 아니라면 우리가 또 언제 북한 축구의 훌륭한 경기력을 지켜볼 수 있을까. 남아공 월드컵에서 같은 민족이 완패하면서 아쉬움이 가득했던 이들이라면 U-20 여자 월드컵을 챙겨보자. 남자 월드컵의 브라질이 여자 월드컵의 북한이다. ![]() 홍은아 심판은 이번 대회 개막전 주심을 맡았다. 웃으면서 레드 카드 꺼내는 모습이 더 무섭다. ⓒ연합뉴스 4. 개막전 주심도 한국인이었다 월드컵 개막전 주심과 결승전 주심은 심판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우리는 그동안 월드컵을 보면서 콜리나와 같은 명심판을 보유한 축구 강국들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U-20 여자 월드컵의 개막전 주심은 한국인이었다. 한국인 최연소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 기록 보유자인 홍은아 주심은 독일과 코스타리카전 주심을 맡아 훌륭하게 경기를 마쳤다. 한국인 심판이 FIFA 주관 국제대회에서 개막전 주심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 놀라운 건 이 경기 부심도 김경민, 이슬기 등 한국인이었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 한국인으로서 참 뿌듯하다. 5. 부부젤라가 없다 U-20 여자 월드컵에는 부부젤라가 없다. 평온하고 응원다운 응원을 볼 수 있게 돼 행복하다. 이제는 텔레비전을 음소거로 해 놓지 않아도 된다. 태극낭자들은 첫 경기에서 스위스를 가볍게 물리치고 이번 대회를 산뜻하게 출발을 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아쉬움을 떨쳐내 줄 우리의 태극낭자들을 열렬히 응원해 보는 건 어떨까. 가나와의 2차전은 바로 오늘 밤 10시에 치러진다. 남자축구의 스페인이나 브라질 국민처럼 행복해 질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footballavenue@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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