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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 생각

니체의 <비극의 탄생>

 

토요일 오전 이 책을 읽으면서 일과를 시작했다. <비극의 탄생>은 니체가 28세 때 쓴 처녀작이다. 내가 만 30세이니 지금의 나보다도 어렸다. 하지만 통찰은 간단하지 않다. 니체의 다른 책들도 읽어봤는데, 내 수준이 낮은건지 모르겠으나 이해할 수 없었다. 니체는 결국 정신착란이 일어나 정신병원에 입원해 여생을 마친다. 어찌보면 <비극의 탄생> 이 가장 멀쩡한 상태에서 쓴 책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예술의 발전은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이중성과 결부되어 있다."

 

아폴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과 신화의 신이다. 그는 도덕과 법률을 주관하며, 균형, 절도, 질서, 명료한 형태를 상징한다.

디오니소스는 술과 황홀경의 신이다. 풍요와 수확, 생명력, 피, 포도주, 물, 정액 등을 상징한다. 

니체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는 용어를 아폴론적인 밝음과 절도에 대비되는 밤의 어둠과 심연, 혼돈 그리고 아폴론적인 평정에 대비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력, 아폴론적인 개성과 차별, 구별을 구분하고 혼연일체가 되는 황홀경의 상태를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에선 디오니소스에게 제사지내는 날 축제를 지내며 술과 음악을 즐겼다고 한다.

쉽게 정리하면, 아폴론은 합리적, 이성적인 것을 상징하고 디오니소스는 감성적, 충동적, 예술적인 것을 상징한다. 

 

기독교와 불교, 유교를 비롯한 종교는 인간의 욕망을 억압하고자 한다. 반면에 디오니소스적인 세계에서는 욕망과 본능을 긍정한다. 이를 통해 오히려 인간은 더욱 솔직해지고 가식이 없어진다. 오히려 종교적인 방식보다는 디오니소스적인 방식이 더 현명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인간상은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를 연상하면 된다.

 

인간의 제도, 법률, 비즈니스는 아폴론적인 틀이다. 합리적, 이성적이며 오차를 용납하지 않는.

그러나 인간에게는 디오니소스적인 성격이 있다. 아폴론적 틀 - 완벽하고 합리적인 제도, 법률, 비즈니스를 구상하려고 해도 인간의 비합리성, 실수, 무지, 충동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의 행동경제학도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를 다루면서, Homo Economicus(경제적 인간)의 전제를 무너뜨린다. 사실 합리적인게 아니라 충동적인 성향이 비즈니스의 핵심을 이루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결국 어떠한 제도나 법률, 비즈니스도 인간의 디오니소스적인 성격을 감안해서 진행되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자신의 내면에서도 디오니소스적인 성향을 인정하고 달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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