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새벽 빈 뜰 거닐자니 대 이슬이 맑았어라 / 晨起虛庭竹露淸
헌함 열고 멀리 보니 첩첩 산들 푸르러라 / 開軒遙對衆山靑
작은 아이 으레 빨리 물을 길어 가져오니 / 小童慣捷提甁水
세수하면 탕의 반에 나날의 계명있네 / 澡頮湯盤日戒銘
* <대학>이라는 경전에, 은나라 창업주인 탕왕의 그릇에 쓰여져 있는 말이 소개되어 있다. 日日新 又日新(일일신 우일신). 날마다 새로워지고 또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뜻이다. 퇴계 선생은 세수하면서 날마다 새로워지리라는 각오를 다지고 하루를 시작했다.
낮
고즈넉한 한낮 산당 햇빛도 밝을시고 / 晝靜山堂白日明
우거진 고운 나무 처마 끝에 둘렀구나 / 蔥瓏嘉樹遶簷楹
북창 아래 높이 누워 희황씨 이전인 듯 / 北窓高臥羲皇上
시원한 산들바람 새소리를 보내오네 / 風送微涼一鳥聲
* 희황씨는 중국에서 최초의 반신반인인 복희씨를 말하고, 복희 이전같다는 것은 마치 태고적 신비로 돌아가 자연과 하나 되었다는 뜻이다.
저녁
석양의 고운 빛깔 시내와 산 움직이니 / 夕陽佳色動溪山
바람 자고 구름 한가한데 새는 절로 돌아오네 / 風定雲閒鳥自還
홀로 앉은 깊은 회포 뉘와 얘기할꼬 / 獨坐幽懷誰與語
바위 언덕 고요하고 물은 졸졸 흐르누나 / 巖阿寂寂水潺潺
밤
텅 빈 산 고요한 집 달은 절로 밝은데 / 院靜山空月自明
이부자리 말쑥해라 꿈도 역시 맑구나 / 翛然衾席夢魂淸
깨어나 말 않으니 알괘라 무슨 일고 / 寤言弗告知何事
한밤중 학의 소리 누워서 듣노라 / 臥聽皐禽半夜聲
'고전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판 위키백과 성호사설 이야기 전편 몰아보기 (0) | 2023.01.12 |
---|---|
<성경의 믿음과 논어의 일체감> (0) | 2015.03.03 |
過則勿彈改 -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0) | 2014.08.06 |
퇴계 선생과 조기백의 대화 (0) | 2014.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