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보고난 이야기

올리버 칸과의 인터뷰

Oliver Kahn 06-2004.jpg

 오랫동안 독일 축구국가대표 골키퍼였던 올리버 칸은 프로리그 은퇴경기에서 열 명의 아마추어 슛쟁이들과 마주했다. 올리버 칸은 골을 막을 때마다 스폰서가 사회시관에 10만 유로씩 기부하기로 한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 세계적인 골키퍼는 다섯 골을 막아냈다. 그리고 이 기금의 일부를 지원받아 "나는 올리버 칸과 함께 여행을 한다"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올리버 칸은 11세에서 16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설명햇다. 그는 현재 동기부여 프로그램 "나는 한다"에 선정된 바이에른 주의 열두 개 학교를 방문하여 왜 배워야 하는지, 인생의 어려운 순간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를 자신의 축구인생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올리버 칸은 토마스 헤게만과의 인터뷰에서 문제해결 방법과 동기부여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설명했다.

 

▷ 헤게만

 친애하는 올리버 칸 씨. 문제해결 능력을 위한 동기부여 프로그램 홍보대사 일을 흔쾌히 맡아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미 우리는 몇 개 학교를 방문앟여 많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참석자들을 위해서, 우리는 문제해결 능력과 동기부여를 위한 공식적인 대화를 어떻게 이끌지 서로 잘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익숙해져서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장의 호응도 좋습니다. 또한 문제해결 지향적인 대화방법을 통해서 이제는 좀 더 쉽게 이른바 "까다로운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일선교사들의 얘기도 들었습니다. 당신은 여러 나라의 많은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일에 참여하시는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칸

 오랫동안 선수행활을 하면서 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많은 젊은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제게 이런 질문들을 했죠.

"어떻게 하면 좋은 골키퍼가 될 수 있을까요?"

"얼마나 오랜 시간 얼마나 많은 훈련을 해야 됩니까?"

"어떻게 하면 역경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뭔가를 이루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합니까?"

 

 이런 대화를 통해서 나는 유감스럽게도 많은 젊은이들이 합리적인 목표가 없거나, 또한 목표가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너는 도대체 뭐가 되고 싶니?"라고 질문을 하면, "모르겠어요.", "저도 그걸 알고 싶어요.", "저는 이런 저런 공부를 하거나, 이런 저런 직업교육을 받을 거예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죠. 무엇보다 저는 "실업수당을 받고 싶어요. 그러면  일을 해서는 안돼요."라는 답변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갖고 있으면 성공하기 힘듭니다. 저는 강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믿음을 갖고, 무엇보다 즐겁게 장기간 인내심을 갖고 그 목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설령 대단한 재능이나 학교성적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내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내가 남들보다 좀 더 재능이 있었던 건 분명하지만, 무엇보다 의지가 강했고 내가 원하는게 뭔지 알고 있었습니다.

 

▷ 헤게만

 우리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은 몇 개의 기본 과정에서 출발합니다.

"확신을 갖고 배워라! 즐겁게 배워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배워라! 그러면 훨씬 쉽다!"

 무엇보다 그것은 잘 배우는 사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잘 매우는 사람이란 쉽게 배우는 게 아니라 성공적으로 배우는 사람을 뜻합니다. 당신은 당신 책에서 배움의 과정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점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칸

 우리에게는 자신을 추동할 수 있는 가치 있는 큰 꿈이 필요합니다. 우선 큰 꿈에 다가가려면 그 사이에 많은 작은 목표들을 세워야 합니다.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 속에서 계속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아마도 자신보다 좀 더 뛰어나고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말이죠. 그러나 목표를 이루려면 최고가 아니라 무엇보다  끈기가 필요합니다. 또한 내가 잘 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합니다.

 

헤게만

 우리가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레젠테이션 역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거기에서는 인생을 여행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인생의 매 시기마다 지금까지 뭘 했고, 뭘 실패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했고, 내게 도움을 준 사람은 누구인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그런 뒤에 미래를 바라보면서 어떤 삶을 살 것이지, 어떻게 멋진 인생을 보낼 것인지, 그것에 대한 비전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학창시절 당신의 비전과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 칸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전"이라는 말을 들으면 처음엔 먼 얘기처럼 느낍니다. TV에서나 나오는 좀 이상한 말처럼 말이죠.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나에게 비전은 커다란 목표나 누구나 품고 있는 커다란 꿈을 의미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 나는 이런 비전을 가졌습니다.

'나는 언젠가 훌륭한 골키퍼가 되서 수천명의 관중들이 모인 스타디움에서 뛸거야.'

 여덟, 아홉 살 무렵에는 이런 생각이 마치 먼 나라 얘기 같았지만 여전히 그것은 나의 큰 꿈이었습니다. 그 당시 나보다 재능이 더 뛰어난 사람들이 분명 많았습니다. 그래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비전과 꿈이 너무도 강했기 때문에 그것을 쫓을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나는 청소년들을 만나면 제 이런 경험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항상 자기 자신에게 "내 꿈은 뭘까? 나의 비전은 뭘까?"라고 물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비전이라는 것이 너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비전이 무엇인지 그 예를 들어줍니다. 즉, "나는 좋은 학력을 갖고 싶다!", "나는 많은 전구를 갖고 싶다!", "나는 최고의 성적으로 대학을 입학한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 "나는 언젠가 꼭 특별한 직업을 갖고 싶다!"

 그러면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러면 나는 아이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항상 누구나 맘에 들고 재밌는게 있으며, 즐겁게 하고 있고, 앞으로 하고 싶은게 있기 마련입니다. 그와 동시에 인생 전체를 바라보면서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 안타깝지만 청소년들이 - 좋아하지도 않고, 잘할 수도 없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지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나는 어렸을 적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종종 했습니다. 축구선수가 돼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반짝이는 우승컵을 하늘높이 치켜들고 퍼레이드를 하는 내 모습을 항상 꿈꾸었습니다. 나는 비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청소년들에게 계속 전해주고 싶습니다.

 

▷ 헤게만

 비전을 갖는다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방향을 제시해주죠. 그런데 비전이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칸

 꿈과 비전이 있다면, 그러니까 최종목표를 항상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꿈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지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우선 중간 목표를 설정해 놓고 가면 됩니다. 목표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죠. 중간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아주 중요한 자기 확신과 재미 그리고 만족감을 얻게 됩니다. 그것은 목표 설정의 사슬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나의 경우 그것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청소년 팀에서 아마추어 팀 선수로 도약하기

- 아마추어 팀에서 프로 팀 선수로 도약하기

- 분데스리가 선수로 활약하기

- 칼스루허 팀(KSC)의 주전 골키퍼 되기

-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기

- 세계 최고의 골키퍼가 되기

 

 나는 한걸음 한걸음에 목표를 새로 정했고 천천히 위를 향해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런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도달 불가능한 목표가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 사람에게 맞지 않는 목표는 이룰 수 없습니다. 내가 처음부터 분데스리가 최고의 골잡이가 되겠다고 했다면, 그 목표는 분명 이루지 못했을 겁니다.

 도달 불가능한 목표는 있지만 너무 큰 목표는 없습니다. 그것을 정말 할 수 있는지, 또 하고 싶은지에 맞춰서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큰 목표는 여러 개의 작은 목표로 나누어야 합니다.

 

▷ 헤게만

  나는 우리가 방문한 학교의 학생들 대부분이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 모두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생각을 용기를 내서 밖으로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아이들에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느낌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우리는 직업적인 비전, 가족적인 비전, 스포츠 선수와 예술가를 꿈꾸는 아이들의 얘기를 듣습니다. 그러나 비전이 없다거나 자기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만나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왜 비전을 갖고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끓임없이 질문을 합니다. 축구선수로서의 인생은 인내와 희생을 요구합니다. 당신은 왜 그런 고통을 감내해야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 칸

 모든 걸 자제하고 정신을 집중해 끈기 있게 목표를 향해 정진해 나아가면 훗날 과연 그것에 대한 봇아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 문제에 부닥치면 많은 회의가 들기 마련입니다. 목표에 필요한 실력을 갖추려면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해야만 하고 공을 들여야만 합니다. 저는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가서 훈련을 했습니다. 하기 싫어도 말이죠. 그러면 왜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주기 때문이죠!  재미나 만족, 보수 같은 것을 제외하더라도 말이죠. 그것을 통해 자신감을 갖고 인생을 경험하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항상 나를 견디게 만들었고, 내 가슴에 불을 붙였습니다.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을 말이죠. 그렇게 해서 나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신명과 열정으로 했던 것, 바로 골키퍼를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행운을 얻은 것입니다. 저는 그저 축구공에 내 몸을 던지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오랜 기간 골키퍼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하나의 일에 열정과 재능이 남아 잇을지, 인생의 한 시기일지, 직업생활을 하는 동안일지, 아니면 평생을 그럴 수 있을지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사랑과 똑같습니다. 사랑이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사랑한다는 사실입니다. 청소년들이 꼭 학교에 가야만 하는지는 잘 모르겟습니다. 나는 학교를 어쨌든 훗날 언제가 되고 싶은 것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합니다.

 

▷ 헤게만

 스스로 선택해서 한걸음 내디디면 실제로 아주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발걸음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햐 하고 실현 가능해야 합니다. 당신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세계적인 골키퍼가 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축구 인생에서 성공한 것은 작은 걸음 하나하나가 모여서 된 것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까?

 

▶ 칸

 우리가 비전이나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먼 미래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입으로만 얘기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언젠가는 실제로 시작해야 하고 행동으로 옳겨야만 합니다. 그 말은 그 즉시 세상 전부를 허물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개 아주 작은 첫걸음이면 충분합니다. 그 작은 걸음들이 모여 목표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나는 젊은 시절 골키퍼로서 몸을 자꾸 왼쪽 구석으로 날리는 고질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제 기술적인 약점이라고 할 수 있었죠. 내 전담 코치는 실력을 좀 더 향상시켜야 한다고 얘기했죠/ 그래서 저는 목표치의 훈련을 참아내면서 서서히 실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항상 구체적으로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허들을 뛰어넘는 훈련도 했습니다.

 아무리 강한 의지와 좋은 머리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즉 행동으로 옮깆 않으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는 걸 봤습니다. "내가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또는 "그때 정말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하지를 않았어. 최소한 도전이라도 해볼걸..."

 처음에는 불가능해보여도 시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도전과 실패는 창피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늘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에 대해 얘기합니다. 항상 축구에 국한해서만 말할 수는 없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에디슨이 전구에 불이 들어오도록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도가 필요했을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일단 시작만 하면 그 다음은 훨씬 쉽습니다.

 

▷ 헤게만

 우리는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서로 도와야 좀 더 결과가 좋은 것이 바로 축구라는 스포츠입니다. 뭐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면 좀 더 쉽게 배울 수가 있습니ㅏ. 그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일찍 조력자를 찾아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렇게 하면 학교를 졸업하여 선생님이나 코치가 없을 때라도 계속해서 조력자에게 도움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한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조력자를 찾으라고 얘기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충고를 하고 어려운 시기에 위로를 하고 떨쳐 일어나라고 용기를 주는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당신 역시 당신의 책과 인터뷰를 통해 당신의 출세를 도운 매우 다양한 조력자들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그 중 몇 가지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 칸

 청소년 혼자 힘으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할 '환경'이 필요합니다. 얼핏 그런 환경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아도 사람들은 스스로 그것을 만들기 위한 계획은 시도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과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의외로 잘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학교를 방문하면, 학생들에게 자신에게 안정감을 주고 계획한 것을 강하게 만들 '드림팀'을 꾸리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실제로 도움을 주고 용기를 복돋워주고 솔직한 생각을 얘기해주거나 나의 성공을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때는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이 사람은 왜 그러는 것일까?"라고 자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뭔가를 강요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불편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곱씹어서 생각해야 되는 것들을 거리낌없이 얘기하죠. 우리가 볼 수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은 것을 잘 들여다보라고 하고, 직시하라고 강요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실패를 했을 때 위로를 하고 다시 일어날 힘을 주기도 합니다.

 그 사람은 가족일 수도, 학교 급우나 동료, 친구일 수도, 그리고 애인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써클일 수도 있고, 선생님이나, 감독 또는 우리를 믿는 또 다른 어른일 수도 있습니다. 위인들 역시 '가상의'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의 경우 그런 사람은, 가족 외에 체력 훈련을 하면서 사귄 친구였습니다. 나는 그가 연습하는 걸 지켜보면서 공을 잡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서로 격한 감정에 사로잡혔다가도 많은 상황에서 도움을 주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이것 하나만큼은 조심하라고 경고합니다. 즉 좋은 환경은 중요하지만, 나쁜 환경은 파괴적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나쁜 환경에는 이른바 나쁜 친구들이 있고 시기와 질투, 의심이 난무합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학생들은 내 말뜻을 금방 알아챕니다. 쓸데없는 짓을 일삼고, 술잔치를 벌이거나 마약을 하는 써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와 같은 환경은 제 아무리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락에 빠뜨리기 쉽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환경이 도움이 되는지 쉽게 압니다.

 나는 청소년들에게 건전하고 좋은 환경이 우리 인생과 우리의 목표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 헤게만

 배움이란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순탄한 길을 걷는 직선적인 과정이 아닙니다. 우리의 인생 곳곳에는 실패와 좌절이 도사리고 있습니다.그것을 제일 잘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축구 말고 또 무엇이겠습니까?! 당신의 축구인생 역시 늘 승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청자들은 당신이 패배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두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실패에 대처하셨습니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 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은 제 관점으로는 패배와 좌절을 극복하는 능력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나에 대해 '쉽게 말하는 것을 보니 분명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야'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청소년 시절 겪었던 일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15세 때 저는 너무 키가 작고 몸이 약해서 칼스루에 청소년팀에 선발되지 못했습니다.

- 16세 때 청소년 B1팀에 나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서 B3팀으로 강등되었습니다.

- 17세 때 청소년 A1팀에서 활동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해서 A2팀에서 뛰었습니다.

- 첫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네 골을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기타 등등.

 하지만 그 이후에도 큰 패배와 좌절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199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2002년 월드컵의 패배, 또는 2006년 월드컵에서의 제 역할(당시 레만에게 밀려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주고 벤치로 물러나다-필자 주)을 기억하실 겁니다.

 내가 그러한 축구인생에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패배와 직면하지 않고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청소년들은 그것 역시 배움의 과정과 인생이라는 것을 배워야만 할 것입니다.

 실패와 좌절을 겪었을 때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바로 "그만두자!" 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내가 더 이상 패배를 맛보고 싶지 않아서 중간에서 그만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 프로리그에서 뛸 수 있었을까요?

- 바이에른 뮌헨에서 뛸 수 있었을까요?

-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이 될 수 있었을까요?

아니죠!

 이제 이런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실패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능력은 어떤 것일까요? 더 나아가 패배를 승리로 바꿀 수 있을까요?"

나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스스로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마라.

- 올바른 결론을 내라. 모든 패배는 내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아마도 나의 방법이 옳지 않았던 모양이다.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라.

- 계속해라. 일어나라. 그리고 다시 시작해라. "끓임없이", 결코 포기하지 마라, 스스로 격려하라.

- 조력자를 찾아 도움을 청하라.

 

 패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뭔가를 배우고, 무엇보다 실패가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나는 그 어떤 패배를 겪어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견디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패배를 이긴 경험을 통해  우리는 무한한 힘을 얻고, 예전보다 더 강건해질 수 있습니다.

 

▷ 헤게만

 좌절과 실패를 준비하는 것과 똑같이 성공을 기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축하를 하는 것은 협력했던 모든 사람들과 연대감을 느끼게 하고 활력을 줍니다. 당신은 이 부분에 대해서 청소년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습니까?

 

▶ 칸

 지금까지 도움을 준 사람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특히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든 나 혼자 힘으로 성공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축제는 그 다음입니다. 그런 다음에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과 축제를 벌이면 됩니다. 나는 경기에서 우승한 다음에는 항상 팀원들과 축제를 했습니다.

 

 

- <축구의 미학>, pp.229~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