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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독후감

장자를 만나는 기쁨 - <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최근에 장자 강의를 들으면서, 장자라는 책이 어려워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을 찾고자 했다. 그런데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을 보아서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을 통해 장자의 사상을 압축적으로 잘 정리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제1부 도(道) : 깨어남, 제2부 무위(無爲) : 놓아라, 제3부 지락(至樂) : 즐겨라 ,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 장자가 말하는 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도는 들을 수 없는 것이다. 듣는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도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본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본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도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말한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형체 없는 도가 형체 있는 물건들의 형체를 만든다는 것을 아는가.

그러므로 도라는 이름을 붙여 표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장자 외편 '지북유' 편 중에서-

 

현세에서의 지위나 권세는 크게 보면 무의미한 것이다. 장자는 초나라 왕이 재상을 시켜주겠다고 제안했어도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삶과 죽음도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인 것이다. 장자는 그의 아내가 죽었을 때도, 기쁘게 웃으면서 떠나보냈다.

장자가 말하는 무(無)를 설명해주는 한시가 있다.

 

舞者似無 舞織幻像 與瞬如流 終乃無化 춤추는 것은 없음과 비슷하고 춤은 환상을 일으켜 물흐르듯이 흘러가고 마침내는 없어진다

無字似舞 無心化舞 舞心無心 不二舞無

없는 것은 춤추는 것과 비슷하고 무심은 춤추는 것이 되고 춤추는 마음은 무심이니 춤추는 것과 무심은 다른 것이 아니다

 

삶은 꿈이 되고, 꿈은 춤이 되었다가 결국은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삶이 곧 춤인 장자의 세계에서는 눈물 또한 변하여 웃음이 된다.

제1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생사일여의 도를 깨달으라는 뜻이다.

 

제2부에서는 무위를 설명하면서 집착을 놓아버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바둑의 조훈현, 이창호, 골프의 신지애 선수, 구원투수 오승환 등은 '돌부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해낸다. 이는 무심(無心)의 경지다.

장자 달생편의 목계(나무닭) 이야기가 있다. 기성자라는 이가 임금을 위해 싸움닭을 기르게 되었는데, 닭이 기운이 넘쳐도 싸울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고한다. 결국은 다른 닭이 아무리 덤벼도 전혀 동요하지 않게 되어, 마치 나무로 만든 닭같았다. 그제서야 기성자는 닭을 싸움에 내보내겠다고 했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과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달생 목계편의 고사를 깊이 참고했다. 목계편을 경영 철학으로 삼은 기업인들은, 대인다운 기질과 나무닭과 같은 뚝심으로 굴지의 대기업을 일궈낸 것이다.

성경에도 사랑의 덕목으로 오래 참음(코린트1서 13,4)을 들고 있다. 세상 유혹과 비평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자가 결국은 승리한다. 이것이 뚝심이고 부동심(不動心)이다.

 

"나는 무위야말로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세상에서는 그것을  크게 괴로운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므로 지극한 즐거움이란 즐거움을 초월하는데 있고, 지극한 명예란 명예를 초월하는데 있는 것이다." - 외편 지락편 중-

 

제3부에서는 집착을 놓아버린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삶을 보양하려면 행동이 자연스러워야 하고, 마음은 거리낌이 없어야 하며, 어린아이처럼 순진해야 한다. 어린 아이는 하루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다. 자연과 지극히 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하루종일 주먹을 쥐고 있어도 손이 저리지 않는다. 자연의 덕과 일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하루 종일 보아도 눈을 깜빡거리지 않는다. 밖의 물건에 치우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길을 가도 가는 것을 알지 못하고, 머물러 있어도 할 일을 알지 못한다. 만물과 더불어 따라가며 자연의 물결에 자기를 맡긴다. 이것이 삶을 보양하는 방법이다."

- 잡편 경사초편 중에서-

 

결국 이 책의 제목처럼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참된 앎(眞知)을 통해 참된 사람(眞人)이 되는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허위의 세계를 벗어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지극한 즐거움의 길이다.

 

사실 장자철학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도 제대로 이해가 안 됐다. 그래도 이 책처럼 구성도 절묘하고, 다양한 예화들을 끌어오면서 장자의 세계에 접근하게 되어 기쁘다.

장자의 세계를 이 책과 여행하심이 어떻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