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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경영학 독서 감상문

테스형, 소크라테스형은 어떤 사람인가?

<테스형, 소크라테스형은 어떤 사람인가?>

 

https://youtu.be/8cNz9awcVqg

 

작년 10월 추석 연휴에 KBS에서 나훈아 특집공연을 했습니다. 그때 테스형이라는 나훈아의 신곡이 발표되었습니다. 노래는 발표되자마자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유튜브 댓글을 보니 나는 중학생임에도 이 노래에 빠져든다, 나훈아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대단하다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나훈아에 익숙치 않은 젊고 어린 세대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코로나와 경기 침체로 인해 힘든 이 시대의 청춘들이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원래 나훈아 가수님은 그분의 아버님을 화자로 놓고 가사를 만들었는데, 그게 슬프다는 느낌이 들어서 소크라테스로 변경했습니다. 그럼에도 소크라테스형이 나오는 이 가사는 우리를 고민케 만듭니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그렇습니다. 테스형의 툭 내뱉고 간 말이지만 심오한 사상을 어찌 우리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소크라테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소크라테스는 키가 작고 못 생겼지만 석공(石工)을 직업으로 단단한 몸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들과 대화하면서 진리와 논리를 전하는데 힘썼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리스 아테네에는 소피스트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말싸움으로 이기는, 일종의 변호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절대적 진리는 없고 모든 진리는 상대적이고 변한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달랐습니다. 그는 소피스트들을 논파하기 시작했습니다. ‘진리좋음을 설파합니다. 그러자 부자이고 권력자였던 소피스트들은 소크라테스에 적의감을 가졌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알키비아데스라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는 미남에 장군으로 인기가 많았지만 조국을 배신하고 적군에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이 터지면서 소크라테스를 눈엣가시로 생각하던 사람들은 그를 재판에 붙입니다.

 

그 당시 아테네는 다수의 시민들이 특정인을 고발하여 재판에 붙여서 사형에 처하거나 추방하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죄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신을 섬기지 않았다.

2) 청년들에게 이상한 사상을 주입하면서 돈을 벌었다.

 

소크라테스는 1)번에 대해서는 신(-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많습니다)이 소크라테스를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했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대답합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 제가 지혜롭지 않다고 느낍니다. 모든 인간은 신보다 지혜롭지 못합니다. 지혜롭다고 소문난 이들도 알고보면 다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제 모습 그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정말 훌륭한 명답(明答)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는 지혜롭다고 소문난 명사(名士)나 유명인들이 있습니다. 저도 느끼는 거지만, 모든 인간은 완전하지 않고 어딘가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분야의 대가(大家)라 한들 자기 분야만 잘 알지, 다른 분야는 잘 모릅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야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원래 이 말은 소크라테스가 제자 알키비아데스에게 한 말인데,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너 자신의 부족함을 알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소크라테스는 자기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로 합니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우리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깊이 새겨야 겠습니다.

 

2)번 청년들에게 이상한 사상을 전파시키고 돈을 벌었다는 말도 반박합니다. 일단 청년들이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가르침을 주는데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는 석공이었는데 부자는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소크라테스의 부인이 바가지를 긁었겠습니까? ^^

 

완벽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투표에서 소크라테스의 유죄와 사형은 확정되었습니다.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덤덤했습니다. 오히려 생각보다 표차가 적었다고 농담을 합니다. 정말 대인(大人) 다운 풍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친구 크리톤이 소크라테스에게 이 판결은 부당하다며 아테네를 떠나자고 얘기했는데, 소크라테스는 이를 거절합니다. 그 이유는 아테네가 자신의 조국이며 자신을 키워줬는데, 이제와서 아테네를 떠나 떠돌이로 사는 것은 구차하다고 얘기합니다.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는데 악법도 법이다라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테네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신이 이성을 따르며 아테네의 법과 정치를 존중하기 때문에 자기는 도망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애국심 때문에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은 불멸(不滅)한다며 제자들에게 말했고, 결국 독배를 마셨습니다. 독배를마셨을 때 자기가 아스클레피오스라는 사람에게 닭 한 마리를 빌려가서 먹었으니 갚으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중에 플라톤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보고 정치에 환멸을 느껴 학문 연구에만 매달렸습니다. 아카데미아(Academia)라는 사립학교를 세웠습니다.

플라톤의 책들은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근데 이 책들이 소크라테스가 진짜 한 말들인지, 플라톤이 창작한건지, 아니면 후대의 사람들이 창작한건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어찌됐건 플라톤 덕분에 소크라테스는 알려지게 되고 이름을 역사에 남기게 됩니다.

 

제가 플라톤의 책 중에서 <뤼시스><국가>를 읽었습니다.

<뤼시스>는 뤼시스라는 젊은이에게 친구와 우정은 무엇인가라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친구가 된다고 말하는 뤼시스에게, 소크라테스는 그 말도 맞지만 사람들은 사랑(여기서의 사랑은 사람 사이의 우정을 의미합니다 - philia라고 하지요)하기에 친구가 된다고 얘기합니다. 비슷한 사람끼리도 친구가 될 수 있고, 비슷하지 않는 사람끼리도 친구가 될 수 있는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끼리도 친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소크라테스와 주변 사람들 간에 대화가 오갑니다. 소크라테스는 모두 맞는 것 같다면서, 자기도 아직 우정을 모른다고 겸손해하면서 끝납니다. 역시 소크라테스는 자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국가>는 이상국가를 모델로 하는데, 여기서 정의(正義)란 지혜, 용기, 절제 세 가지 덕을 조화시키고 사람들끼리 조화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솔직히 <국가>는 길고 어려워서 읽기 힘들었는데,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意)만큼은 가슴에 새겼습니다.

 

그렇습니다. 테스형은 자신이 부족함을 알았습니다. 그는 돈을 받지 않고 청년들의 말상대가 되어 진리좋음을 설파했습니다. 그 중에 플라톤이라는 제자가 있어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전했고, 훗날 누군가는 서양 철학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각주라고 얘기합니다. 소크라테스에게서 진리논리가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테스형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았고 그래도 자신을 사랑했고 자신의 조국을 사랑했기에 위대했습니다. 테스형, 그 위대한 이름이여! 테스형의 영혼은 영원히 살아있을 겁니다.